현대카드 라이브러리 시리즈 중 하나로 디자인이 테마인만큼 미술, 건축 등을 아우르는 약 1만 8천여 권의
전문서적이 소장되어 있다. 몰입의 시간을 통해 지적인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공간.
가회동에 위치한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 31-18
대중교통
안국역(3호선) 2번 출구에서 도보로 약 6분 소요
이용안내
월요일 정기휴무
화 - 토 / 12:00 - 21:00, 일 / 12:00 - 18:00
-주의사항--라이브러리는 입장 가능한 현대카드 회원이어야 합니다.-현대카드 회원이 아닐 경우, '현대카드 Dive' 앱에서 회원가입 후 현장에서 앱 내에 있는 바코드를 통해 입장하면 됩니다. *현대카드 회원은 본인 및 동반 2인까지 월 8회 한정 이용 가능
*어플 이용 시 라이브러리 통합 월 4회 한정 이용 가능(대신에 주말, 공휴일은 이용 불가)
-만 19세 이상부터 입장이 가능합니다. *나이 제한이 있기 때문에 어플 이용자는 신분증을 지참하셔야 합니다.
-주차는 불가합니다.
Rare book Room : 전 세계 희귀 도서를 모아둔 공간으로, 소량 인쇄되었거나 절판된 책 혹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책들을 Rare Collection으로 분류하였습니다. 이곳은 앱으로 사전 예약을 한 사람만 입장할 수 있습니다.*Rare book Room은 입장 시간이 따로 있으니 Dive앱에서 확인 후 예약 진행하시면 됩니다.
+ 현대카드 라이브러리에 대한 공간 분석
디자인 라이브러리가 위치한 가회동은 되게 아담한 분위기의 동네다. 높은 건물 없이 나열된 낮은 건물들 덕에 하늘은 넓게 열려있었다. 역에서 나와 조금 걷다 보니 어느새 디자인 라이브러리에 도착했다. 재질적으로나 형태적으로나 단조로운 느낌보다는 겹겹이 쌓인 느낌이었고 이는 도서를 보관하는 공간임을 암시하는 듯했다. 철재의 입구와 벽돌 너머로 보이는 한옥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북촌 한옥마을에 빠질 수 없는 요소인 듯하다.
입구에 들어서면 사진과 같은 철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녹이 슨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의도적으로 방치한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녹이 슬게 될 것이다. 시간이 흐른 흔적이 그대로 새겨지도록 두었고 그 흐름에 따른 변화가 도리어 고풍스럽게 느껴진다. 노인의 백발은 지혜를 상징하듯, 책이 보관된 이 공간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지식과 사색은 지날수록 더욱 깊어질 것 같다. 공간의 목적성에 부합한 디자인으로 읽혀졌다.
입구를 통과하면 눈 앞에 펼쳐지는 모습이다. 잔디와 나무 벤치가 깔린 사각형의 중정과 그를 둘러싼 ‘ㄷ’자 구조의 건물은 모두 유리면으로 되어있다. 보통 우리가 설계할 때 보면 중정을 넣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공간에서 중정을 몸소 만끽해보았다. 건물은 중정을 위해 주위를 둘러싸고 중정의 잔디는 하늘과 고요한 대면을 하고 있다.
드넓은 대지와 끝없는 하늘 사이에 있을 때는 그곳이 내 공간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거대한 자연 사이에 작은 존재로 느껴지지만, 중정에 있을 때는 건물이 일정 규모의 공간으로 대지와 하늘을 축소시키니 그 공간이 내 공간으로 느껴졌다. 사이즈에 제한을 두었지만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줄었기 때문에 오히려 집중할 수 있는 효과를 불러오는 것 같다. 이에 따라 아담한 동네 분위기와 디자인 라이브러리의 목적에 맞아떨어지는 공간이 되었다. 또한 중정을 향한 면들이 모두 유리이기 때문에 실내에서 외부를 향한 시선의 막힘이 없다. 따라서 공간을 인지할 때 답답함이 없고 시선이 자유롭다.
이 곳에서 느낀 또 다른 것은 시선을 위한 공간의 비움이다. 왼쪽 사진은 1층에서 고개를 들면 보이는 void이다. 사실 고개를 들지 않으면 눈치를 채지 못할 정도고 1층에서 사람이 그것을 알아채는 것이 목적은 아닌 듯하다. 이 void는 가운데 사진 속 창문과 함께 봐야 하는데, 2층에 있는 두 공간 사이를 void로 일정한 거리를 두었고 한쪽에서 반대쪽을 틈 사이로 보듯 한쪽 벽에 유리 구멍을 뚫어놓았다.
앞서 중정에서도 말했듯 시선의 막힘이 없게끔 수직으로 공간을 비우기도 하며 저 너머의 공간을 유리를 통해 볼 수 있게도 하였다. 오른쪽 사진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있는 창문이다. 한쪽 면은 수직으로 파여있는 반면 한쪽은 사선으로 파여있다. 창문이 위치한 높이로 봤을 때 2층에서 내려가는 사람의 시선을 고려하여 두꺼운 벽면을 사선으로 판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곳곳에 창문의 형태로든 void로든 공간을 비워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중정을 향한 면들은 통유리로 되어 사람의 시선을 위했다면 외부 면이나 공간 구석구석에는 소박한 장치로 사람의 시선을 고려한다.
2층에 있는 공간들이다. 일명 ‘내부 속의 내부’라고 할 수 있겠다. 실내에 또 다른 컨셉의 내부를 설치하여 해당 층과는 다른 분위기를 조성한다. 좌측은 박공지붕 형태의 내부를 취하고 통유리로부터 유입되는 빛과 단절되어 다락과 같은 아늑함을 준다. 우측의 한옥은 현대적 건물과 대비되는 모습으로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독서를 하거나 작업을 할 때 사람들로 하여금 공간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던져주었다고 생각한다. 단조롭지 않은 다양한 공간이 다양한 생각과 영감을 떠오르게 하는 것인가보다.
차경은 한옥의 대표적 특징 중 하나이다. 풍경을 끌어오는 것, 곧 차경은 북촌 한옥마을에 위치한 디자인 라이브러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3층으로 올라가면 1, 2층의 넓은 공용공간과 달리 굉장히 프라이빗한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두 공간으로 나뉘는 이곳은 둘다 넓은 창을 통해 창 너머 잔디밭과 건물들, 그리고 하늘이 가득 들어온다.
프라이빗한 공간을 가장 높은 층에 두어 더욱 사적인 공간으로서 분리되었고 책을 읽으며 혹은 사색을 위해 의자에 앉게 되면 자연스레 몸과 시선의 방향은 창으로 향하게 된다. 혼자만의 시간은 차경과 함께 동행하며 자칫 고독할 듯한 시공간에 풍경이 친구가 된다. 이것이 차경의 본질인 것 같다는 생각이 이 공간을 분석하면서 들었다.
실내로의 출입구이다. 스테인드글라스로 되어있는데 일반적인 유리와 다른 느낌을 준다. 마치 카메라에 필터를 씌운 것처럼 적당한 색감을 입힌 풍경이 보인다. 특히 세피아와 비슷한 느낌의 색은 따뜻하면서 과거를 회상할 때 쓰이는 필터 같다. 옛 것을 대표하는 한옥과 어울리는 색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공간을 들렀다 가는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는 한 장면이 되지 않을까 싶다.
수업에서 다녀온 답사지 중에 가장 맘에 든 장소였다. 동네 분위기, 공간의 주제, 흐르는 구름처럼 고요하고 평화로운 공간. 답사를 갔을 땐 그 공간을 여유롭게 즐기진 못해서 아쉬움이 남지만 꼭 다시 가보려고 한다. 그 때는 느긋한 시간 속에 공간을 여유로이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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