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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원, 이곳에서 사유를(관람 정보 및 공간 분석)

by ㄱ 2023. 3. 16.

사유원, 이름만으론 생소하게 느껴지는 공간이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경북 군위에 위치한 이곳은

2021년 9월에 개장하여 약 10만 평의 광활한 속내를 드러낸지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건축가 승효상과 알바로 시자, 조경가 정영선, 서예가 웨이량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어쩌면 이 시대의 많은 사람들이 잃어버린 '사유'를 담아둔 이곳을 얘기해보고자 한다.

 

위치

경상북도 군위군 부계면 치산효령로 1150

 

가는 길

사유원은 외진 곳에 있어 대중교통 이용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사이트 내에서도 대중교통 이용의 경우, 정류장 및 역에서 택시 탑승을 권고하는데 그 거리 약 30km 정도 됩니다.

그래서 위치상 자가용 이동이 훨씬 편하다는 점 유의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참고로 서울  편도 기준 약 3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이용 안내

사유원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관람일 기준 2일 전까지 홈페이지에서 예약 가능합니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마지막 입장시간은 15시 입니다.

사색하기 좋은 다양한 건축물과 산책로가 여러 코스 안에 녹아 있으니 홈페이지에서 미리 참고하셔도 되고 입장 시 받을 안내도를 보고 현장에서 마음이 가는 대로 선택하셔도 됩니다.

 

가격

예약은 크게 관람 / 관람 + 런치 / 관람+ 디너의 3가지 상품으로 나뉘며 각각 주말인지 평일인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집니다.

 

1. 관람

평일(화 - 금) 주말, 공휴일
성인 학생(초, 중, 고) 성인 학생(초, 중, 고)
50,000원 45,000원 69,000원 62,000원

 

2. 관람 + 점심 / 관람 + 디너

장소 및 구분 시간 평일(화 - 금) 주말, 공휴일
성인 학생(초, 중, 고) 성인 학생(초, 중, 고)
현암 런치 11:30 - 13:00 150,000원 135,000원 169,000원 152,000원
사담 런치 1부 11:30 - 12:30 110,000원 99,000원 129,000원 116,000원
런치 2부 13:00 - 14:00
디너 17:00 - 18:30 200,000원 180,000원 219,000원 197,000원

 


 

 

+  사유원에 대한 공간 분석

 

'필드트립'이라는 현장 실습형 수업으로 사유원에 드디어 갔다 왔다. 사실 내가 사유원을 처음 접한 것은 설계 수업을 위해 명상과 관련된 공간을 찾던 때였다. 당시 뮤지엄 산의 명상관과 함께 사유원의 명정이 눈에 사로잡혔는데 사유원은 거리도 가격도 모두 만만치 않아 쉽게 발을 떼지 못했었지만 정말 감사하게도 수업의 일환으로 이곳에 다녀왔다.

코르텐강

버스에서 내려 사유원의 입구를 보고 나는 조금 놀랐다. 사람이 도보로나 대중교통으로는 올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고속도로, 그 도로 가에 있어서 앞으로는 차가 쌩쌩 달리고 있고 근처에는 어떤 건물도 보이지 않아 정말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르게 얘기하면 사유원의 이름처럼 사유하기 위해선 이러한 위치적 특성이 어울린다고 볼 수 있겠다. 사유원의 입구는 치허문이라고 한다. 산화된 얇은 철판(코르텐강)은 붉은빛이 도는 갈색으로 덮여서 우리를 맞이한다. 그리고 철판 안으로 들어선 우리를 사유원 안쪽으로 인도한다. ‘극도의 비움에 이르는 문’이라는 뜻의 치허문은 그 의미대로 화려하지 않다. 산화된 얇은 철판만으로 네모난 입구를 뚫어놓은 것과 연결 지을 수 있다.

오당과 와사오당과 와사오당과 와사

치허문을 지나 울창한 숲 속의 등산로를 걷다 보니 첫 번째로 도착한 곳은 오당과 와사였다. 다섯 개의 호수와 코르텐강으로 된 일종의 파빌리온이 있는 작은 명상 공간이었다. 그 구조물은 하나의 연속된 것이 아닌 중간중간 분절된 형태였다. 창문처럼 뚫어놓는 것 또한 빛이 유입되는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분절된 형태로 인하여서 빛의 유입은 더 과감해지고 외부를 향한 사람의 시야는 더 열리게 되며 나아가 그 분절된 부분을 통해 사람의 이동까지 가능하다. 자연과의 소통, 자연 속의 명상, 갇히지 않는 사유, 자유로운 이동. 더 다양한 표현이 있겠지만 사유원 안에서 첫 번째로 도착한 공간에서 받은 첫 느낌이었다. 특히 눈에 담겼던 뷰는 위의 사진들이다. 빛을 유입시키는 다양한 방법들을 보았다. 천창을 뚫어 천창의 모양대로 빛이 철판에 맺히게 하거나 한쪽 면을 루버로 하여 평행하는 프레임들 사이로 자연과 빛을 내부로 들이거나 파빌리온의 끝부분은 발코니로 열어두어 깊은 곳까지 외부의 것을 끌어들인다. 다양한 방법으로 만들어진 공간에선, 특히 사유가 목적인 곳이라면 더 깊은 사색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공간이 사람에게 주는 이로움 중의 하나인 것 같다.

조사조사

다음으로 간 곳은 사담과 그 옆의 조사였다. 직육면체의 큰 검은색 박스보다는 길게 위로 솟구친 조사가 더 기억에 남는다. 멀리서 봤을 땐 건물의 높은 형태를 보고 전망대인가 싶었고 가까이 갔을 때도 내부에 계단이 보여서 올라가려고 했는데 한 바퀴를 돌아봐도 입구가 없었다. 곧게 솟은 대나무만이 굳건하게 둘러싸고 있었다. 알고 보니 조사는 새들의 수도원이라는 공간이었고 그들을 위한 곳이었다. 조사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다른 건축물과 달리 이 공간은 사람이 아닌 새를 고려해야 한다. 사람이 이용하는 건물처럼 입구를 단순히 뚫어놓는 방식으로 끝낼 수도 있을 텐데 입구 밖으로 바닥을 빼놓았다. 걸어 다니는 사람은 외부에 있을 때나 내부에 있을 때나 지면에서 이동하지만 새는 날아다니기 때문에 외부에 있을 땐 날갯짓을 하다가 내부에 들어설 땐 걷기로 이동하는 방식을 바꾼다. 이동하는 방식이 바뀌는 새들에게 소위 전이공간을 선물한 것처럼 느껴졌다.

내심낙원내심낙원내심낙원

초록의 자연 속에 새하얀 건물은 알바로 시자가 작업한 내심낙원이었다. 외관은 하얗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분위기가 한껏 무거워진다. 콘크리트로 마감된 내부는 높은 천정고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곳을 밝히는 자연광이라고는 입구와 높은 곳에 위치한 하나의 창문뿐이다. 그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마저 내부를 향해 쏘고 있다기보단 콘크리트의 벽을 향하고 있어서 간접적으로 밝히는 효과를 준다. 공간을 밝히기 위한 목적보다는 다른 의미가 숨어있는 것 같다.

드디어 명정이다. 지표면 아래로 공간이 있는지라 나무들에 가려진 무채색의 건축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진에서 새삼 또 느끼는 것은 사유원을 걸으면서도 그랬지만 산새가 정말 수려하다. 겹겹이 견고한 봉우리들과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의 생동감이 대비를 이루며 이를 보는 것만으로 번민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내심낙원의 내부 벽도 그랬지만 명정의 벽도 나뭇결이 새겨진 콘크리트였다. 석재와 목재의 묘한 결합이랄까. 10만 평의 드넓은 대지에 위치한 콘크리트 건축물에도 자연이 찍혀있다.

명정

명정의 포인트는 아무래도 수공간이다. 넓고 깊은 공간이다. 위로는 뚫려있어 하늘로부터 있는 그대로를 받고 한쪽 벽면에선 그 벽을 타고 물이 흐르며 수공간 위엔 도자기 하나가 놓여있고 저 멀리 빨간 벽의 피안의 세계가 마주 보고 있다. 빨간 벽이 피안의 세계를 의미하는지는 나중에 알았는데 반대쪽에 있는 의자에 앉아 사진과 같은 장면을 보면서 현생과 내생을 고찰하는 것이라고 한다. 내가 여기서 인상 깊었던 것은 물에 비친 모습이다. 벽에서 흐르는 물 혹은 바람에 의해 물결이 이는 수면의 세계에선 반사된 벽과 기둥과 도자기가 일렁인다. 현존의 세계에선 움직이지 않는 것들이 수면의 세계에선 살아 움직인다. 또한 수면의 세계 속에 있는 것들은 실존하지 않는다. 물이 마르면 사라질 것들이고 현존의 것이 사라지면 없어질 것들이다. 이렇듯 실존하진 않지만 현존의 것에 귀의하여 형태를 가짐을 보며 한참을 바라보았던 것 같다.

2022년 4월, 당시만 하더라도 관람 시간이 3시간뿐이었는데 그 정도로 이곳을 한가로이 거닐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발걸음을 바삐 재촉한 것도 있었던 것 같다. 관람하다가 만난 관계자와 얘기를 해보니 5월부터는 종일권으로 바뀐다고 하던데 다시 방문해서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돌아보아야겠다고 느꼈었다. 또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현암이었다. 홈페이지에서 승효상 건축가의 스케치와 건물 내부 사진을 보고 꼭 여기는 가서 보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갔더니 내부 관람이 불가했었다. 이 또한 다음 방문 때를 기약해야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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